올해는 씨앗이 겨울을 한 번 나는 해예요. 심자마자 자라는 씨앗이 있는가 하면 추위를 겪어야만 싹을 틔우는 씨앗도 있죠. 올해 것은 뒤쪽이에요. 멈춘 시간이 낭비가 아니라 조건이에요.
흐름은 멈췄다 풀려요. 얼었던 개울이 봄에 한꺼번에 흐르듯, 안 되던 일이 어느 지점부터 몰아서 풀리곤 해요. 그래서 멈춘 구간에 계획을 버리면, 풀리는 구간에 잡을 것이 없어져요.
풀림의 끝맺음만은 남에게 안 넘겨요. 풀림이 시작되면 일이 몰려오는데, 그 몰림 속에서 마무리를 남에게 흘려보내기 쉬워요. 올해는 반대로 하세요. 몰릴 때일수록 끝맺음 하나하나에 내 손도장을 찍는 거예요. 멈춘 시간에 벼린 솜씨를 보여 줄 자리가 바로 거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