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남의 밭을 지나는 해예요. 뿌리가 뻗다 보면 내 땅만 지나지 않아요. 남의 자리를 지날 때의 예의가 올해의 성패를 가르는 결이에요.
굽이마다 주인이 다른 길이라, 양해를 구할 일과 갚을 일이 자주 생겨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게 인사를 트고 지나간 자리들이 대개 내 편이 되어 줘요.
굽이를 함께 돌아 준 사람과 매듭을 지어야 다음 밭이 열려요. 올해 마무리 자리에는 신세 진 이름들을 부르세요. 고마움을 표에 얹는 순간, 지나온 굽이가 전부 길이 됐다는 걸 알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