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마철에 뿌리를 감는 모종의 해예요. 비는 세차고, 옮겨 심을 날은 하늘이 정해요. 그동안 모종의 일은 하나예요. 화분 안에서 뿌리를 단단히 감는 것.
세상이 빠르게 지나가는 해에 내 결정권이 작다고 느껴지면 초라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결정권이 작은 시기는 책임도 작은 시기예요. 마음껏 준비하고 실험해도 값이 싼, 그런 드문 계절이기도 해요.
하늘이 갠 날은 예고 없이 와요. 그날 옮겨 심을 수 있는 모종과 그럴 수 없는 모종의 차이는 그동안 감아 둔 뿌리의 힘이에요. 올해의 조용한 감기가 내년의 자리를 정해요. 그러니 비 구경만 하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