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뿌리를 캐 보는 해예요. 잘 자라는 줄 알았던 것의 밑동을 확인하고, 시든 이유를 땅속에서 찾는 시간이에요. 유쾌한 작업은 아니지만, 이걸 안 하면 내년에도 같은 자리가 시들어요.
지난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흐름이라, 후회와 점검을 혼동하기 쉬운 해이기도 해요. 둘의 차이는 간단해요. 점검은 삽을 들고, 후회는 팔짱을 껴요.
캐 보고 판정하는 손은 남에게 못 빌려요. 살릴 뿌리를 정했으면 거름을 그쪽으로 몰아 주세요. 아까워서 모든 뿌리에 조금씩 나누면 결국 다 배고파요. 이 몰아주기의 결단이 올해 내 손의 매듭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