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겨울 정원사의 해예요. 자라는 계절이 아니라 돌아보고 손질하는 계절이고, 다음 철의 설계도를 그리는 시간이에요. 설계도가 실물이 되는 날짜는 내 달력에 없지만, 설계 없이 맞는 봄이 어떤지는 겪어 본 사람이 알아요.
가지를 치는 이유는 뿌리가 감당할 만큼만 남기기 위해서예요. 되돌아보는 김에 가지치기 기록을 남겨 두세요. 무엇을 잘랐고 왜 잘랐는지, 어느 화단을 넓힐 것인지. 겨울 정원의 기록이 봄 정원의 배치도가 돼요.
때가 문을 여는 해의 요령은 하나예요. 문 앞에 짐을 미리 갖다 두는 것. 열리고 나서 짐을 싸는 사람과 열리자마자 들어가는 사람의 한 해는 다르게 흘러요. 올해의 나는 짐을 싸 두는 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