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물관을 넓히는 해예요. 줄기 속 물길이 넓어져야 나중에 큰 잎과 열매를 감당하는데, 그 공사는 밖에서 안 보여요. 올해 쌓는 것들이 대체로 그 속공사예요.
거르지 않고 쌓되, 성과 확인은 미뤄 두세요. 속이 넓어지는 중인 나무를 잘라 확인할 수는 없잖아요. 중간 평가에 마음이 흔들리면 공사가 늦어질 뿐이에요.
물이 크게 오르는 날은 철이 정해요. 그날 좁은 물관은 병목이 되고 넓힌 물관은 분수가 돼요. 올해의 지루한 속공사가 그 차이를 만들어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시간에 넓혀 둔 만큼, 때가 왔을 때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달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