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대비에 크는 해예요. 비가 몰아치는 동안 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비가 그치는 날은 하늘의 소관이죠. 크는 것과 맺는 것의 주인이 다른 해예요.
빠른 성장에는 멀미가 따라요. 여기가 어디쯤인지 모른 채 크고 있다는 느낌이요. 그럴 땐 마디를 세요. 지나온 마디 수는 속일 수 없는 이정표라, 멀미가 가라앉아요.
비 그친 뒤의 첫 햇살에 무엇을 할지는 미리 정해 두세요. 그 순간은 문득 오고, 오면 짧아요. 맺을 것의 목록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과 그날에야 목록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의 다음 철은 다르게 흘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