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늘을 만드는 해예요. 잎이 무성해지면 그 아래 그늘이 생기고, 그늘에는 사람이 모여요. 올해 내가 넓힌 것들이 남에게 쉼터가 되는 그림이에요.
느긋한 물길이라 그늘도 천천히 짙어져요. 처음엔 아무도 안 앉던 자리에 한 명, 두 명 앉기 시작하는 식이죠. 조급해 말고 잎을 계속 내세요.
그늘의 매듭은 그늘에 앉은 사람들과 함께 지어져요. 연말쯤 내 그늘에 누가 다녀갔는지 헤아려 보세요. 그 명단이 올해의 진짜 성적표이고, 매듭의 자리에 부를 이름들이에요. 그늘을 내어 준 나무는 겨울에 혼자 서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