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나기 아래 잎들이 서로를 가려 주는 해예요. 굵은 비는 잎 한 장에겐 매질이지만, 겹겹의 잎에겐 소리 좋은 빗줄기예요. 올해 몰아치는 일들을 겹으로 받으세요.
빠른 해에는 부탁이 미안해질 틈도 없이 서로를 쓰게 돼요. 그게 이 괘에서는 건강한 그림이에요. 주고받음이 잦을수록 겹이 촘촘해지고, 촘촘한 겹은 어떤 소나기도 뚫지 못해요.
한 해가 지나면 함께 비를 받은 잎들과 매듭을 지으세요. 누가 어느 비를 대신 맞아 줬는지 기억하고 갚음을 약속하는 자리, 그 자리가 있어야 내년의 겹이 유지돼요. 겹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