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단풍이 드는 해예요. 잎이 제 일을 마치고 색을 바꾸는 시간, 그러니까 지나온 계절이 얼굴에 드러나는 시간이에요. 올해는 새 잎을 내는 해가 아니라 낸 잎들을 물들이는 해예요.
되돌아보는 물길이라 지난 계절의 장면들이 자꾸 비쳐요. 잘 받은 볕과 놓친 볕, 견딘 바람과 피한 바람. 그 복기가 색의 깊이를 정해요.
이 괘의 요점은 하나예요. 잎을 언제 놓을지만은 달력이 아니라 나무가 고른다는 것. 무엇을 마지막 색으로 남길지도요. 미련으로 마른 잎을 붙들고 겨울까지 가면 새순 자리만 좁아져요. 곱게 물들었을 때 놓는 것까지가 올해 내 손의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