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낙엽이 이불이 되는 해예요. 잎은 떨어져서 끝나지 않고, 나무 밑동을 덮어 겨울 추위를 막아 줘요. 올해 내가 내려놓는 것들이 누군가의 덮개가 되는 그림이에요.
되돌아보면 올해 접은 일, 물러난 자리들이 있을 거예요. 그 자리가 낭비였는지는 어디에 떨어졌는가로 정해져요. 내가 물러난 자리에서 누가 자랐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낙엽의 일이에요.
올해 신세 진 곳, 내 잎이 덮은 곳을 연말에 한 번씩 찾아 인사하세요. 그 인사가 이 해 매듭의 손이에요. 낙엽과 땅이 서로 고마워하는 나무 밑에서 다음 봄이 준비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