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바람 속에 피는 해예요. 갠 날만 골라 피는 꽃은 없어요. 벌어지기 시작한 이상 날씨와 상관없이 피워 내야 하는, 그런 책임의 개화예요.
굽이가 잦으니 꽃잎이 상하는 날도 있어요. 상한 꽃잎 몇 장이 꽃 전체를 망치지는 않아요. 구경꾼은 상한 잎을 세지 않고 핀 모양을 봐요. 나만 그 몇 장을 세고 있죠.
비바람 속 개화의 마무리는 젖은 꽃잎을 스스로 말리는 거예요. 남 탓할 날씨는 분명 있었지만, 말리는 일은 누구도 대신 못 해요. 한바탕 지나간 뒤마다 몸을 털고 다시 벌어지는 것, 올해는 그 반복이 실력으로 쌓이는 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