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담장 밑에 피는 해예요. 바람 굽이가 센 자리에서는 담장 곁이 명당이에요.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형을 읽는 거죠. 올해 나를 가려 주는 담장들을 알아보는 눈이 중요해요.
굽이마다 바람의 세기가 달라 어떤 구간은 담장 없이도 서고 어떤 구간은 꼭 필요해요. 필요한 구간에서 자존심으로 버티다 꽃잎을 다 잃는 것이 이 괘의 고전적인 실수예요.
담장 밑에서 피운 꽃은 담장과 함께 기억돼요. 올해의 성취를 말할 때 바람을 막아 준 이름들을 같이 말하세요. 그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내년에는 더 넓은 마당에 초대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