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벚꽃의 해예요. 짧고 눈부시게 피는 해라, 만개의 순간이 오면 세상이 다 나를 보는 것 같아요. 실제로 꽤 봐요. 다만 그 시선은 꽃보다 빨리 지나가요.
빠른 물살에 절정도 빨리 와요. 절정에서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꽃놀이 인파에 취해 정작 내 일을 놓쳐요. 만개의 주간에 무엇을 심고 무엇을 맺어 둘지, 목록은 피기 전에 쓰는 거예요.
벚꽃의 품위는 지는 날 정해져요. 바람에 흩날려 떠나는 게 아니라, 가장 고운 날 스스로 무대를 내려오는 것. 그 뒷모습이 이듬해 봄까지 사람들 기억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