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나팔꽃의 해예요. 새벽에 피고 한나절이면 오므라드는, 짧은 개화를 매일 반복하는 꽃이에요. 한 번의 큰 만개 대신 작은 만개를 여러 번 받는 해라는 뜻이에요.
빠른 물살에 하루하루의 성패가 갈리지만, 오늘 오므라든 것이 실패가 아니에요. 내일 새벽 또 피니까요. 이 괘에서 무서운 건 한 번의 실패가 아니라 다시 안 피는 것뿐이에요.
큰 무대가 언제 설지는 하늘 소관이지만, 매일 새벽의 작은 무대는 꼬박꼬박 와요. 그 작은 무대들을 성실히 쓰다 보면 어느 날 큰 무대 쪽에서 먼저 알아보곤 해요. 무대를 고르는 눈은 매일 피는 꽃을 오래 지켜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