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씨방이 여무는 해예요. 꽃잎이 진 자리에 남는 것이 씨방이에요. 화려함이 걷힌 자리에서 다음 것이 조용히 여무는, 겉보기엔 쓸쓸하고 실속으로는 알찬 시간이에요.
되돌아보는 김에 지난 개화의 셈을 해 두세요. 어떤 꽃이 씨를 남겼고 어떤 꽃이 구경으로 끝났는지. 화려했던 순서와 씨를 남긴 순서는 자주 달라요. 그 차이에서 배우는 것이 올해의 공부예요.
여문 씨방이 터지는 철은 계절이 골라요. 내가 고르는 것은 그때까지 씨방을 잘 여물리는 일이에요. 화려함이 그리워도 씨방의 시간을 건너뛴 꽃에게는 다음 봄이 빈손으로 와요. 여문 채로 기다리는 꽃에게는 계절이 먼저 말을 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