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만생종의 해예요. 남들 과일이 다 나오고도 한참 뒤에 익는 늦열매의 시간이라, 장터의 소란과 내 달력이 어긋나요. 늦게 익는 것은 늦게 상하는 것이기도 해요.
물길이 느긋하니 익는 속도도 재촉이 안 돼요. 덜 익은 것을 따면 그 신맛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해요. 조급함의 값이 유난히 비싼 해예요.
다만 다 익은 순간의 첫 가위질은 내 손으로 해요. 언제가 다 익은 때인지는 매일 들여다본 사람만 알거든요. 빛깔과 향과 무게를 제 손으로 가늠해 온 사람에게 그 판단은 어렵지 않아요. 올해 내내 들여다보는 것, 그게 마지막 가위질의 자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