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다리를 잡아 주는 해예요. 높은 가지의 열매는 혼자 못 따요. 한 사람은 오르고 한 사람은 사다리를 잡는, 역할이 나뉘어야 거둘 수 있는 열매가 올해의 몫이에요.
느긋한 물길이라 수확도 하루아침에 안 끝나요. 오래 걸리는 일일수록 사다리 밑의 사람이 중요해져요. 위에 오른 사람은 따는 것만 보지만, 밑의 사람은 흔들림을 봐요.
거둔 것을 내릴 때도 두 손이 필요해요. 위에서 던지고 아래서 받는 호흡이 맞아야 열매가 안 상해요. 올해의 마무리는 그 호흡의 상대와 광주리를 같이 드는 일이에요. 무게를 나눈 사람과는 열매도 나누게 되고, 그 나눔이 내년 과수원의 인심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