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손을 서로 빌리는 해예요. 수확철의 과수원은 혼자 힘으로는 안 돌아가요. 내 밭이 급할 때 와 준 손과 남의 밭이 급할 때 가는 발, 그 맞바꿈이 이 계절의 화폐예요.
빠른 철에는 품삯 셈이 흐려지기 쉬워요. 서두르다 보면 고마움도 서둘러 지나가죠. 하루를 마칠 때 오늘 빌린 손을 세어 두는 것, 그 짧은 셈이 관계를 맑게 유지해요.
철이 끝나면 빌린 품을 갚는 자리를 만들어요. 첫 상자를 들고 그 밭에 찾아가는 것이 과수원의 오랜 예법이에요. 품을 주고받은 관계는 열매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고, 그 관계가 해마다 철을 함께 넘는 울타리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