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맛을 기록하는 해예요. 수확이 지나간 자리에서 올해 열매들의 맛을 하나하나 되짚는 시간이에요. 어느 가지 것이 달았고 어느 밭 것이 싱거웠는지. 그 미각의 복기가 내년 농사의 눈이 돼요.
되돌아보는 물길이라 잘된 것보다 아쉬운 것이 먼저 떠올라요. 순서를 바꾸세요. 잘된 맛부터 적고 그 조건을 찾은 다음에 아쉬운 것을 보는 거예요. 복기의 순서가 복기의 결론을 바꿔요.
기록의 마지막 줄은 내 손으로 닫아요. "내년에는 이 가지에 집중한다"는 결정까지 적어야 복기가 끝나요. 감상으로 끝난 기록은 겨울을 못 넘기고, 결정으로 끝난 기록은 봄에 다시 읽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