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낟가리를 쌓아 두는 해예요. 털어 낸 알곡을 팔지도 먹지도 않고 잘 쌓아 말리는 구간이 있어요. 결산은 끝났는데 그 결실이 쓰일 자리는 아직 안 열린, 그 사이의 해예요.
물길이 느려 그 사이가 길게 느껴져요. 조바심에 덜 마른 것을 내면 곰팡이가 앉아요. 말림의 시간은 줄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채워야 하는 시간이에요.
낟가리에 손이 갈 날은 철이 데려다줘요. 혼사가 생기든 장이 서든, 쓰임의 자리는 밖에서 열려요. 내 일은 그날까지 낟가리를 마르고 성하게 두는 것. 잘 마른 결실은 몇 해를 묵어도 값이 안 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