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키질의 해예요. 알곡과 쭉정이가 섞인 채로는 한 해를 넘길 수 없어요. 매일 조금씩 까부르며 남길 것과 날릴 것을 가르는, 분별의 시간이에요.
키질은 한 번에 안 끝나요. 까부를 때마다 조금씩 맑아지는 반복의 일이에요. 하루에 한 소쿠리씩, 이번 주에 한 가지 일씩. 그 꾸준한 까부름이 연말의 알곡 자루를 만들어요.
키를 잡은 손이 이 해의 심판이에요. 무엇이 알곡이고 무엇이 쭉정이인지, 그 기준을 남에게 빌리면 남의 자루가 채워져요. 내 기준을 세우고 내 손목으로 까부르는 것, 거기까지가 올해의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