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김장하는 해예요. 한 해의 밭을 걷어 겨울 양식을 함께 담그는 일은 원래 한 집의 일이 아니라 온 동네의 일이었어요. 올해의 마무리 작업들이 그 김장독 같은 성격이에요.
일은 층층이 쌓여요. 절이는 날, 씻는 날, 버무리는 날. 순서를 건너뛸 수 없고 각 날마다 손이 여럿 필요해요. 품을 보태러 오는 손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주인의 일이에요.
김장의 마침표는 담근 집들끼리 통을 나눠 보내는 거예요. 올해의 결산도 그렇게 지으세요. 일의 끝에 몫을 나눠 보내는 손길, 그것이 겨울 문턱의 첫 인심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