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메주를 매다는 해예요. 콩을 쑤고 빚어서 처마에 매달면, 그다음은 겨울바람과 시간이 일해요. 정성은 내가 들이고 발효는 계절이 맡는 분업의 해예요.
빚는 일은 거르면 안 돼요. 콩을 무르게 쑤고, 모나지 않게 빚고, 볏짚으로 단단히 묶고. 이 층층의 정성이 맛의 팔 할이에요. 매단 뒤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매달기 전이 전부예요.
장을 가르는 날은 이듬해 봄의 몫이에요. 올해 안에 맛을 확인하고 싶어도 그 문은 아직 안 열려요. 기다림이 억울하면 처마 밑을 지나며 냄새를 맡아 보세요. 잘 뜨고 있는 냄새, 그게 이 괘가 올해 주는 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