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 오는 타작철의 해예요. 걷을 것은 많은데 날이 도와주지 않는, 일정이 자꾸 뒤틀리는 갈무리예요. 하늘 원망은 한나절이면 족하고, 그다음은 순서 조정의 몫이에요.
굽이마다 계획을 다시 짜요. 갠 날 할 일과 궂은 날 할 일을 두 줄로 적어 두면, 날씨가 어느 쪽으로 굽어도 노는 날이 없어요. 두 줄 달력이 이 해의 연장이에요.
걷이의 끝 순서는 내가 정해요. 뒤틀린 일정 속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기어이 걷을지, 그 마지막 선택들이 올해의 실질을 정해요. 다 못 걷은 해가 아니라 골라 걷은 해로 만드는 것, 그게 내 손의 몫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