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궂은 날의 헛간에서 연장을 벼리는 해예요. 밖의 일이 자꾸 막히는 계절에는 안의 일을 당겨서 해요. 낫을 갈고 자루를 갈아 끼우고 기름을 먹이는, 다음 철 준비의 시간이에요.
굽이가 잦아 벼린 연장을 쓸 날이 자꾸 밀려요. 갈아 둔 낫이 녹슬까 걱정되겠지만, 기름 먹인 연장은 기다림에 강해요. 준비를 잘한 것과 준비가 헛되는 것은 다른 얘기예요.
들이 마르는 날은 하늘의 결재예요. 그 결재가 나는 아침, 벼려 둔 낫이 첫 풀을 베어요. 올해의 헛간 시간이 그 아침을 위한 적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