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설거지를 서로 해 주는 해예요. 소나기가 오면 제 마당보다 가까운 마당부터 걷는 것이 들녘의 오랜 약속이에요. 올해의 멈춤 구간마다 그 품이 오가요.
내 곡식이 젖는 날 남의 손이 먼저 와 있고, 남의 마당이 급한 날 내 발이 먼저 가 있는 것. 그 왕래가 쌓이면 멈춤이 두렵지 않게 돼요. 비는 혼자 맞으면 재난이고 같이 걷으면 소동이에요.
하늘이 갠 뒤의 마무리는 젖었던 마당들끼리 같이 지어요. 널어 말리는 멍석들이 나란한 풍경, 그것이 이 해가 남기는 그림이에요. 같이 젖었던 기억은 마른 날에도 서로의 마당을 살피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