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걷이보다 들이기가 밀리는 해예요. 마당에는 걷어 온 것이 쌓이는데 광과 시렁이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병목의 갈무리철이에요. 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올해의 지혜가 시작돼요.
이런 철에는 우선순위가 생명이에요. 하루 늦으면 못 쓰게 되는 것부터 광으로, 일주일 묵어도 되는 것은 마당 그늘로. 그 줄 세우기가 이 철의 일과예요.
저녁마다 오늘 걷은 것의 자리를 정해 주는 손이 필요해요. 걷기만 하고 쌓아만 두면 걷이가 끝나도 갈무리는 안 끝난 거예요. 자리를 잡아 주는 그 마지막 손질까지가 내 몫이고, 그것까지 마쳐야 이 바쁜 해가 남는 해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