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갈아엎은 밭의 해예요. 걷이가 끝난 땅을 뒤집어 놓고 아무것도 심지 않는, 일부러 비워 두는 해예요. 노는 땅이 아니라 쉬는 땅이고, 그 구분을 아는 것이 올해의 안목이에요.
물길이 느긋해 쉼도 서두르지 않아요. 며칠 쉬고 다시 뛰는 쉼이 아니라, 흙 속 깊이까지 숨이 도는 긴 쉼이에요. 짧은 쉼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느린 회복이 오히려 낯설어요.
빈 들에도 주인의 발걸음은 있어야 해요. 심지 않을 뿐 돌보지 않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랑을 고르고 돌을 골라내며, 쉬는 땅의 상태를 내 눈으로 지키는 것. 올해의 매듭은 잘 쉬었다는 확인 도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