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겨울 사랑방의 해예요. 들일이 없는 계절의 들녘 사람들은 사랑방에 모여요. 일이 아니라 사람으로 채워지는 시간, 그것이 빈 들의 계절이 주는 선물이에요.
느긋한 물길이라 모임에도 목적이 없어요. 새끼를 꼬며 나누는 잡담, 등잔 밑에 길게 앉은 저녁. 성과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사이가 진짜 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해예요.
봄이 오기 전, 사랑방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슬며시 약속이 돼요. 올해는 그 약속을 서두르지 말고 익히세요. 빈 계절에 천천히 여문 약속이 바쁜 계절의 급한 결의보다 오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