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눈 덮인 들의 해예요. 들이 하얗게 덮이면 밭의 경계도 지난해의 성적도 다 지워져요. 그 지워짐이 이 해의 일이에요. 쌓인 눈 밑에서 땅은 저 혼자 힘을 모으고 있어요.
물길은 느리다 못해 얼어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도 얼음 밑으로 물은 흘러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계절이니, 겉의 정지로 속까지 판정하지 마세요.
재촉할 방법은 없고 필요도 없어요. 눈은 제 녹을 날을 데리고 내려요. 녹기 시작하면 들은 한꺼번에 깨어나요. 그날 신을 장화를 문가에 두는 것 정도가 내 일이고, 그거면 이 해는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