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겨울 우물을 같이 치는 해예요. 물 쓸 일이 적은 계절에 우물 바닥을 긁어내는 일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다가올 계절을 위한 공동 작업이에요.
두레박을 내리고 바닥의 흙을 퍼 올리는 일은 번갈아 해야 해요. 한 사람이 내려가면 한 사람이 줄을 잡죠. 빈 계절의 이 수고는 물맛이 되어 여름까지 남아요.
우물 치기의 끝은 첫 두레박을 같이 마시는 거예요. 맑아진 물을 나눠 마시며 다음 계절의 농사를 이야기하는 것, 그 자리가 이 해의 매듭이에요. 빈 들의 계절에 챙긴 바닥이 바쁜 계절의 샘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