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겨울 나그네를 들이는 해예요. 빈 들의 계절에는 길 잃은 발걸음이 사립문을 두드리곤 해요. 계획에 없던 만남이 이 해의 굽이마다 서 있어요.
바람이 굽이치는 밤에 내준 아랫목 하나가 관계의 시작이 돼요. 지금의 나에게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빈 계절이라 내줄 수 있는 자리예요. 바쁜 철에는 못 여는 문이거든요.
그렇게 맺어진 인연과 봄의 문턱에서 매듭을 지어요. 떠나는 나그네와 나누는 작별 인사에 다음 만남의 기약을 얹는 것. 빈 들의 계절에 맺은 인연은 수확철의 인연과 달리 셈이 없어서, 그래서 오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