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삭풍의 들판을 견디는 해예요. 비어 있는 들은 바람을 그대로 맞아요. 가릴 것도 숨길 것도 없는 계절의 시련이라, 견딤 그 자체가 올해의 내용이에요.
굽이마다 바람의 이름이 달라요. 이 굽이는 손이 시리고 저 굽이는 마음이 시리죠. 다만 빈 들의 바람은 부러뜨릴 것이 없어서 지나가는 바람이에요. 세간을 다 걷어 둔 계절이라는 것이 역설적인 보호예요.
삭풍에도 끝은 있어요. 들녘의 달력에는 바람 자는 날이 늦게라도 적혀 있어요. 그날 들에 나설 몸을 상하지 않게 지키는 것이 올해의 전부여도 괜찮아요. 견딘 몸이 봄의 밑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