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눈 치우는 아침의 해예요. 밤새 내린 눈은 혼자 치우면 한나절, 골목이 다 나오면 한 시간이에요. 빈 계절의 갑작스러운 일들은 대개 이렇게 여럿의 삽으로 풀려요.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이라 부탁할 새도 없이 서로의 삽이 먼저 나와요. 그 아침들의 기억이 쌓여 골목의 신뢰가 돼요. 눈은 녹아도 그 기억은 봄까지 남아요.
골목 사람들과 인사를 트고 지내게 됐다면, 이 빈 해는 실패한 해가 아니에요. 들에서 거둔 것은 없어도 골목에서 거둔 것이 있는 해. 그 셈으로 올해의 매듭을 지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