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루터기에 앉는 해예요. 베어 낸 자리의 그루터기는 흉터가 아니라 의자예요. 지나온 계절들을 앉아서 되짚기에 그만한 자리가 없어요.
되돌아보는 물길이 여러 해 전의 일까지 실어 와요. 잘 벤 나무와 아깝게 벤 나무, 심을 때의 마음과 벨 때의 사정. 그 회고가 감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 하나를 정해야 해요.
다음에 심을 것을 정하는 사람은 그루터기의 주인이에요. 빈 들을 빈 채로 둘지, 무엇을 새로 심을지, 심는다면 언제부터 준비할지. 그 결정을 내리고 일어서는 것, 그게 이 해 그루터기에서 가져갈 매듭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