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 농사의 이야기를 나누는 해예요. 빈 들을 바라보며 나누는 회고담에는 바쁜 철에 못 하던 말들이 나와요. 고마웠다는 말, 미안했다는 말, 사실은 힘들었다는 말.
되돌아보는 계절의 대화는 관계의 세간 정리와 같아요. 쌓인 것을 꺼내 볕에 쬐면 좋은 기억은 더 단단해지고 맺힌 기억은 풀 기회를 얻어요. 이 정리를 미루면 봄의 관계가 묵은 채로 시작돼요.
함께 농사지어 온 사람들과 한 번은 마주 앉으세요. 빈 들의 계절이 그 자리를 마련하기 가장 좋은 때예요. 지난 이야기로 시작해 다음 이야기로 끝나는 자리. 그 자리를 만든 사람이 봄 들녘의 첫인사를 받아요.